소설/토막

[야마타이]Andantino ; 조금느리게

레몬레이드 2014. 11. 3. 12:53

페리님이 주신 설정으로 쓴 글^^










 

 

 

사람간의 관계는 우연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우연이 점점 반복되고 겹쳐질수록 점차 필연으로 바뀐다. 이시다 야마토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그가 겪었던 우연의 시작은 어쩌다 보게 된 인적 드문 거리의 카페였다. 먼저 그의 발길을 잡은 것은 쌉싸름한 커피 향이었고 그 다음은 문 너머로 보이던 하얀 피아노였다. 이색적인 카페의 분위기에 홀리듯 이끌렸던 것이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주문했던 라떼는 적당히 뜨거웠고 향은 진했다. 맛은 감미로웠고 제 앞에 놓인 피아노의 소리 역시 그랬다. 우연히 발견한 카페는 야마토의 취향에 딱 맞는 곳이었다. 조용한 분위기, 아담한 공간에 꽉 들어찬 피아노소리, 커피냄새. 피아노를 치다말고 손님을 맞이하던 남자는 능숙하게 샷을 뽑아냈다. 연주가 자신 때문에 멈추어버린 것 같아 미안해하던 야마토에게 괜찮다 말하며 머그잔을 내밀던 남자는 야마토와 비슷한 또래 정도로 보였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건가 싶었지만 다른 직원이 남자를 향해 사장님이라 호칭하는 것을 보고 야마토는 적잖게 놀랐다. 젊은 사장이네. 혼잣말을 중얼거리다 라떼를 한 모금 입 안에 머금고 피아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얀 그랜드 피아노가 매끈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그렇게 빤히 바라보고 있자 여직원이 말을 건넸다.

 

신기하시죠? 작은 카페 안에 피아노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아뇨, 엄청 멋진데요.”

 

그리 말하며 웃어 보이니 여직원 뒤로 서 있던 젊은 사장이 또 생긋 웃는 것이 보였다.

 

저도 피아노 좋아하거든요.”

, 칠 줄도 아세요?”

, 조금은.”

 

야마토는 어물쩍 넘기며 라떼를 또 한 모금 넘겼다. 고소한 우유 향과 진한 커피 향에 취할 것만 같아 턱을 괴고 앉았다. 느릿하게 눈을 깜박이고 있으니 이번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젊은 사장의 목소리였다.

 

쳐보셔도 돼요.”

 

적당히 낮은 목소리가 귓불을 간질였다. 덕분에 야마토는 대답할 타이밍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그의 멍한 표정을 본 젊은 사장이 이번엔 소리 내어 웃었다.

 

싫음 말고요.”

…….”

피아니스트가 해주는 연주 듣고 싶었는데.”

 

그의 말에 야마토는 물론이고 컵을 닦고 있던 여직원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피아니스트냐고 묻는 여직원의 말에 야마토는 그저 고개만 주억거려야했다. 어떻게 안 것일까. 자신이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란 것을 그는 어떻게 알아차렸을까. 야마토는 아직까지 그리 유명한 피아니스트는 아니었다. 음악회는 여기저기로 많이 참여했었지만 이제야 슬슬 입지를 다져가는 단계였기에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야마토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젊은 사장을 쳐다보았지만 사장은 피아노만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도 마주쳐주지 않은 채 그는 그렇게 말했다.

 

진짜 안 쳐요?”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서 만난 젊은 사장이 자신을 알아봐 주었다. 우연히도 그러했다. 첫날에 벌써 우연이 두 번 겹쳤다.

 

특별한 일이 없는 날에는 꼭 그 카페에 들렀다. 야마토는 제 발걸음이 멋대로 향하는 거라며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했다. 그 때마다 카페의 젊은 주인은 맑게 웃었다. 하얀 피아노가 내는 음색처럼 맑게. 어느 정도 들락날락거리다 보니 사장의 이름을 알았다. 그의 이름은 야가미 타이치였다. 피아노가 놓인 카페의 사장답게 타이치는 클래식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야마토를 알아본 것도 온갖 공연을 다 꿰차고 있어서라 했다. 관심이 많다면 그만큼 봐온 피아니스트도 많다는 뜻일 텐데 어찌 자신을 정확히 기억했느냐고, 처음으로 만났던 날에 그렇게 물었었다.

 

잘 생겨서.”

 

타이치는 군더더기 없이 그렇게만 대답했다.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내뱉은 상대방의 짧은 대답에 야마토는 머그잔을 들고 있던 손을 약간 떨어야했다. 부끄럽다기 보다는 기뻐서. 자신을 알아봐주는 사람이 벌써 하나 생겼구나 싶어서. 물론 알아봐준 이유가 외적인 모습이기 보다는 실력이길 바랐지만 그래도 기뻤다. 들뜬 기분에 잔을 입에 가져가며 피식하고 웃었을 때였나.

 

잘 치기도 했어요. 멋있더라고.”

 

라떼를 삼키기는 했던가.

그 날을 회상하며 야마토는 새하얀 피아노의 건반 위로 열 손가락을 사뿐히 올려놓았다. 그리곤 힐끗 홀을 바라보자 타이치가 방금 들어온 손님의 주문을 받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 시간이면 늘 있던 여직원이 오늘은 없었다. 혼자서 분주해보였다. 그렇게 잠시 동안 타이치의 바쁜 모습을 감상하던 야마토는 곧 앞에 펼쳐놓은 악보로 시선을 옮겼다. 직접 가져온 악보는 그가 푹 빠져있는 작곡가의 것이었다. 놀랄 만치 자신의 취향인 곡들은 부드럽지만 강렬했고,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으면서도 듣는 사람을 빠르게 매혹시켰다. 작곡가가 누구인지 굉장히 궁금했지만 익명으로 활동하며 곡을 낼 때에도 중개인을 통해 다른 피아니스트들로 하여금 발표하는 사람이어서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괴짜 같은 성격의 베토벤을 닮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아니, 의외로 평범하게 생긴 사람이려나. 혼자 잡생각을 하던 야마토는 가볍게 머리를 저었다. 그러다가 무심코 옆을 돌아봤는데 어느새 가게에 있던 손님들의 시선이 전부 자신에게 쏠려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좁은 공간인지라 눈빛들이 가깝고 깊었다. 연주회를 다니면서도 떤 적이 거의 없던 야마토가 겨우 7~8명 정도 뿐인 사람들의 수에 바짝 긴장한 것은 그 탓이었다.

 

이걸 칠거에요?”

 

타이밍 좋게 타이치가 야마토의 곁으로 다가가 섰다. 타이치는 악보를 유심히 바라봤다. 표정이 미묘했다. 야마토는 자신이 요즘 푹 빠져있는 악보라고 말하며 손을 가볍게 풀었다.

 

곡이 좋은가?”

엄청. 진짜 엄청 좋아요, 들어보면 알 거야.”

흐응. 그래, 근사하게 쳐 줘 봐요. 저 손님들은 운이 좋네요.”

 

타이치는 입꼬리를 길게 말아 미소 지었다. 그 웃음이 평소와 조금 달랐음을 야마토는 눈치 채지 못 했다. 연주가 시작되었다.

 

 

 

 

 

 

 

야마토는 여느 때처럼 뜨거운 라떼를 시켜놓고 악보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하루 일과 중 하나가 되어버린 이 시간이 야마토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틈으로 우연 하나가 또 끼어든 것은 한 사람에 의해서였다. 유독 손님이 없던 날에 카페로 들어와 익숙한 듯 타이치에게 스킨쉽을 걸던 여자. 그녀는 눈에 띨 정도로 미인이었다. 전체적인 외관은 누가 봐도 예쁜 얼굴이었고 풍기는 분위기는 매우 단아했다. 몸매도 여리여리해서 뭇 남성들을 많이 울렸을 법한 상이었다. 그런 여자가 타이치와 반갑게 인사를 하고 옆을 차지한 채 이야기꽃을 피웠다. 즐거워 보이는 타이치는 그 어느 때 보다도 근사하게 웃고 있었다. 야마토는 실례인 것을 알면서도 대놓고 타이치와 여자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을 깨닫고 먼저 고개를 든 것은 여자 쪽이었다.

 

단골이 되셨다는 피아니스트가 저 분인가 봐?”

?”

안녕하세요.”

 

명랑한 인사에 야마토는 순간 당황했다. 뻣뻣하게 굳어있던 그가 얼결에 목을 까딱이며 인사하자 해사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여자는 목소리마저도 고왔다.

 

맞아 그 피아니스트. 그 쪽도 인사해요. 내 동생.”

동생?”

, 반가워요.”

 

그러고 보니 웃는 얼굴이 햇살 같은 게 꼭 닮아있었다. 예쁜 건 아는데 너무 쳐다보지는 말아달라는 타이치의 말에 야마토는 손사래를 쳤다. 반은 진담, 반은 농담으로 야마토를 째려보는 제 오빠를 보고 얌전히 미소 짓던 그녀의 시야로 무언가가 들어왔다. 열심히 손을 내젓고 있는 야마토가 들고 있던 악보였다. 피아니스트라더니 악보를 들고 다니는구나 하며 유심히 그것을 바라보던 히카리는 악보 귀퉁이에 적혀진 싸인을 보았다. 그리곤 자기도 모르게 놀란 듯 말했다.

 

, 그 악보.”

히카리.”

 

눈을 크게 뜨고 무엇인가를 말하려던 그녀의 입을 타이치가 막아냈다. 야마토는 아아, 이름이 야가미 히카리인가 보구나. 하고 생각하다 이내 제 손에 들린 악보를 쳐다보았다. 그리곤 다시 히카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녀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야마토는 갸우뚱 거리며 악보를 팔락였다. 그러자 히카리는 갑자기 타이치에게 커피를 한 잔 뽑아달라고 재촉했다. 야마토는 뭔가 이상한 기분에 다시 한 번 종이를 팔랑거리며 물었다.

 

이 악보 왜요?”

 

분명 야마토의 목소리를 들었을 텐데도 그녀는 여전히 커피타령 중이었다. 아무래도 못 들은 척 하는 것 같았다. 야마토는 손으로 제 턱을 몇 번 쓸어내더니 갑자기 일어서 피아노로 다가갔다. 그리곤 의자에 바르게 앉고서 새하얀 피아노의 덮개를 열었다. 악보를 펼쳐 앞에 놓고는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 모든 움직임이 피아노의 선율처럼 부드럽게 이어져 히카리는 말을 잃고 말았다. 악보에 그려진 음표들이 피아노와 야마토의 손가락에 의해 사람들의 귀로 꽂혔다. 히카리의 닦달에 스팀기로 우유를 데우던 타이치는 늘 그랬듯 싱긋 하고 웃었다. 히카리는 고소하게 피어나는 커피향도 제대로 느끼지 못 하고 피아노 소리에 빠져있었다. 집중해서 듣고 있는데 한 곡이 미쳐 다 끝마쳐지지 못 하고 중간에서 뚝 끊겼다. 그것이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까딱이던 히카리는 기습하듯 마주쳐버린 야마토의 눈을 피하지 못 했다. 타이밍 좋게 커피 잔을 내밀어준 타이치가 아니었으면 어색하게 눈알만 굴렸을지도 몰랐다.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잔을 건네받는 히카리를 향해 야마토가 툭 던지듯이 말을 내뱉었다.

 

제가 요즘 푹 빠져있는 곡들인데 다 같은 작곡가 거예요.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알만큼 유명한 사람인 거는 같은데 본명으로 활동하질 않아서 이름도 얼굴도 모르죠. , 나이도.”

 

히카리는 눈을 느리게 깜박였다.

 

동생분도 아시나 봐요, 이 사람 곡.”

…….”

방금 말 한대로 알 사람은 다 아는 곡들이에요.”

, . 저도 아는 곡이에요.”

근데 당황할 일이 뭐가 있나.”

 

히카리는 부드럽게 웃고 있던 채로 굳어버렸다. 거짓말도 잘 못하는 아가씨구나. 그리 생각하며 히카리를 빤히 쳐다보던 야마토의 머리를 누군가 세게 짓눌렀다. 으악- 비명소리를 낸 야마토가 위를 쳐다보자 입술을 비죽이는 타이치가 보였다.

 

너무 쳐다보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런 거 아니라니까.”

못되게 굴지도 말고.”

, 엄청 시스콤. . 알았으니까 손 좀 치워줘요. 미안해 내가.”

 

잔뜩 흐트러진 노란 머리카락을 보며 타이치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야마토는 헝클어진 머리를 다시 정돈하며 연신 투덜거렸다. 악보에 관한 건 나중에 꼭 다시 물어보리라 다짐하며 피아노 덮개를 닫으려 손을 뻗었을 때였다. 그 손을 저지시킨 타이치가 빙긋 웃으며 야마토의 손에 들린 악보를 빼앗아갔다. 뭐 하는 거냐고 따지려는 찰나에 그 미소를 봐버려서 야마토는 타이치를 말리지도 못 했다. 볼 때마다 느끼지만 그는 정말 매력적으로 웃었다.

 

중간에 끊어버린 건 끝까지 이어줘야 곡에 대한 예의죠.”

다시 쳐줘요?”

아뇨, 내가 칠 건데?”

 

그렇게 말 하며 타이치는 무작정 야마토의 옆에 앉고서는 그의 몸을 옆으로 밀어냈다. 어이가 없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는 파란 눈동자를 빤히 쳐다보다가 악보의 제일 첫 장을 펼쳐들었다. 오선지 위로 빼곡한 음악기호들이 울렁였다.

 

내 동생도 이 작곡가 팬이에요.”

.”

이름도 알고, 얼굴도 알 만큼 팬이죠.”

……. , ?”

, 나이도.”

 

야마토의 눈이 그 어느 때보다 커져있었다. 옆을 돌아보니 히카리 역시 놀란 눈이었다. 오빠, 뭐 하는 거야. 입모양으로만 다급하게 말하는 제 동생은 당황한 표정도 예뻤다. 타이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서는 건반 위로 열 손가락을 가볍게 올렸다. 흘끗 본 야마토는 영혼이 빠져나간 듯 벙찐 얼굴이었다. 야마토는 우연이 또 하나 겹쳤다고 생각하며 헤 벌리고 있던 입을 다물었다.

 

추궁할 생각은 말아요, 그 작곡가가 비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리고 내 동생이 곤란해 하는 건 싫거든.”

 

그 말을 끝냄과 동시에 피아노소리가 울렸다. 중간 중간 섞여 들어가는 사내의 웃음소리가 너무도 절묘하게 어울려서 야마토는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타이치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은 카페를 처음 발견했을 때, 그 잠깐 뿐이었다. 언뜻 들려왔던 피아노 소리는 그마저도 자신이 들어가자 멈춰버리고 말았었다. 그 때 타이치는 괜찮다 말하며 라떼를 정성스레 만들었었다. 그 때에 봤던 그 손. 잔을 조심스레 내밀던 그의 손가락이 참 길었다. 지금은 건반 위에서 흐르고 있는 그 손가락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모든 악기들은 같은 곡이라도 연주를 하는 사람에 따라 전달되는 감정이나 곡의 깊이가 다르다. 이미 알고 있는 일반적인 사실이었음에도 야마토는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이렇게 잘 치면서 왜 그 동안 한 번을 안 쳐줬냐고 캐묻고 싶었지만 일단 타이치가 연주하는 곡을 감상하기로 했다. 타이치는 가볍게 손가락을 놀렸다. 그에 반해 퍼져나가는 음은 무거웠다. 열 손가락은 빠르게 건반 위를 흘러내렸다. 하지만 천장까지 가득 메운 선율은 부드럽고 또 따뜻했다. 신기한 기분이었다. 그 기분에 심취한 채 야마토는 타이치의 옆얼굴로 눈을 돌렸다. 진한 갈색 눈동자가 깊었다. 속눈썹은 아래로 가라 앉아있었다. 살짝 벌린 입술이 붉었다. 집중하고 있는 그의 모든 것이 야마토를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피아노 소리가 거는 마법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멋진 연주였다.

 

, 눈빛 되게 부담스러운데. 그만 쳐다보면 안 돼요?”

 

어느 새 연주가 끝나버렸다. 무언가에 홀린 듯 타이치를 쳐다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 야마토는 제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조금 떨어진 테이블에 앉아있던 히카리는 제 오빠를 향해 박수를 쳐 주었다. 그녀의 앞에 놓인 머그잔의 커피가 반이 줄어있었다.

 

아니, 피아노를 언제부터 친 거예요? 실력이 엄청난데.”

현직 피아니스트한테 그런 말을 듣다니. 영광스럽네요.”

농담하는 거 아니에요.”

왜요, 반했어요?”

.”

 

하하 웃던 타이치는 장난으로 던진 자신의 말에 진지하게 대답하는 야마토에게 적잖게 놀랐다. 새파란 눈동자가 가까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부끄러워질 것만 같았다. 타이치는 다시 분위기를 전화시켜보려 야마토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지금 그건 농담이죠?”

아뇨.”

…….”

진짜 반했어요.”

 

고백해도 되나. 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야마토는 부끄럽지도 않은지 계속 타이치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타이치는 야마토가 하는 말이 자신의 연주에 반했다는 소리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부끄러운 말을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해대는 그가 놀라웠다.

 

반하면 안 되는데.”

왜요?”

그 쪽이 내 스타일은 아니라서.”

, 그런 말 처음 듣네요.”

 

반했어요.

그 말은 진심이었다. 거짓말인 것도 가볍게 농담처럼 한 말도 아니었다. 정말로 진심이었다. 야마토는 종일 귓속을 맴돌 것만 같은 타이치의 연주를 잊을 수가 없었다. 한 곡만 더 쳐달라고 고집을 피우다가 때마침 들어 와준 손님들 덕에 기회를 놓친 야마토에게 타이치는 미안하다는 얼굴을 보이며 일어섰다. 악보를 고이 접어 야마토의 손에 쥐어주는 그 작은 동작 하나하나가 다 상냥해서 야마토는 그만 세 번째로 반해버렸다. 세 번째. 그래, 이시다 야마토는 진즉 이 도도한 사장에게 반해있었다. 첫 번째는 자신의 연주를 칭찬했을 때였고, 두 번째는 조금 전 연주를 하는 옆모습을 볼 때였다. 직접 건네준 악보에 온기가 스며있었다. 손이 따뜻해서 피어내는 소리도 따뜻한 건가.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며 웃었다.

커피향이 진했다.

 

 

 

 

 

 

우연이라는 태엽들이 맞물려 필연이라는 시간으로 탈바꿈 되어 갈 때, 사람은 아주 선명하게 설렘을 느낀다. 물론 이시다 야마토도 그러했다. 카페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는 콧노래까지 부를 정도로 즐거워 보였다. 약 두 달 뒤에 열리는 음악회에 나가게 되어서였다. 선보일 곡은 이미 정해두었다. 야마토는 총 두 곡을 연주하는데 한 곡은 누구라도 들으면 다 알만한 클래식이었다. 예를 들면 모차르트, 쇼팽, 베토벤, 차이코프스키 등 귀에 익은 자들의 곡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이름 모를, 하지만 정말 애정 하는 작곡가의 곡이었다. 아직 어떤 곡으로 할지는 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어떤 곡이 좋을까를 의논하러 가는 길이었다. 하얀 피아노 앞에서 카페의 젊은 사장과 함께 곡을 정해볼 생각이었다.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에 한껏 들뜬 야마토는 딸랑거리는 출입문 종소리가 이날따라 반갑게 느껴졌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고소한 냄새가 그를 맞이했다.

 

안녕.”

안녕하세요.”

기분 좋은 일 있나보네요?”

, 엄청 좋죠.”

 

커피 향과 함께 다가온 목소리가 달콤했다.

 

두 달 뒤에 연주회에 나가요.”

그렇게 좋아요?”

당연히 좋죠, 음악 하는 사람에겐 모든 무대가 다 좋죠.”

어떤 곡을 연주 하는데요?”

, 그거 상의하러 왔어요.”

나랑?”

 

타이치는 짐짓 놀랐다는 표정을 지어냈다. 동그랗게 떠진 눈이 반짝였다. 야마토는 말없이 웃기만 했다. 그리고는 언제나처럼 라떼 한 잔을 시켜놓고 메고 온 가방을 여는 것이었다. 가지고온 가방 속에는 악보만 가득이었다. 우유를 데우던 타이치는 그 모습을 보고 피식거렸다. 그는 라떼아트까지 멋지게 만들어 낸 뒤 야마토에게 건넸다. 야마토는 커피를 받아 테이블에 내려놓더니 이내 타이치의 손목을 잡아 제 옆자리로 끌어당겼다. 억지로 그의 옆자리에 앉혀진 타이치가 영업방해로 신고할 거예요. 라며 장난스럽게 말하자 야마토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서도 악보를 테이블 위로 쭉 펼쳤다.

 

하나는 이미 정했고 나머지 하나는 이 작곡가의 곡 중 하나로 할 거에요.”

거참, 이걸 내가 봐서 어떻게 안다고.”

클래식에 관심도 많고, 연주회도 다 꿰고 있고, 피아노 실력도 수준급인데 모를 리가.”

그렇게까지 확신할 수 있어요?”

그럼요.”

 

야마토는 곡들을 하나하나 보여주며 곡의 분위기, 박자, 자신이 생각하는 곡의 이야기 등을 타이치에게 모두 읊어주었다. 젊은 사장은 턱을 괸 채 야마토의 말에 집중했다. 신이 난 아이마냥 이것저것을 설명해주려 노력하는 그를 보고 타이치는 무언가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리고는 열심히 연설중인 야마토의 말 사이로 끼어들어 물었다. 이 작곡가의 어디가 그렇게 좋은 거예요? 라고. 비꼬는 말투는 아니었다. 순수하게 호기심에서 묻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야마토는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한 번도 왜, 무엇 때문에 이 작곡가를 좋아하는지는 다른 이에게 말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그냥 좋았다. 그래서였다. 이유를 말해본 적이 없던 것은 굉장히 추상적인 자신의 감상 때문이었다. 야마토는 눈을 두어 번 깜빡이다가 들고 있던 악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새까만 음악의 언어들이 즐비한 오선지가 정갈했다. 취한 듯 악보에 빠져있던 야마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곡의 분위기가 다양해요. 모든 예술가들이 그러듯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겠죠. 그런데 그 다양함 속에서도 따뜻함은 항상 공통적으로 들어있어요. 음과 박자가 급박해지는 부분에서 마저도 그게 변함이 없어서 듣는 사람을 평온하게 해요. 신기한 사람이에요, 이 작곡가. 내가 편애하는 걸 수도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거하게 평가하는 걸 수도 있는데, 뭐 어때. 내가 좋으면 그만이지.”

 

말을 마친 야마토의 표정이 부드러웠다. 정말로 좋아하는구나, 좋아해주고 있구나. 옆에서 타이치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턱을 괴고 있던 타이치는 소리를 내며 기지개를 폈다. 아직 조금밖에 보여주지 못 했는데 벌써 지친 걸까 하고 걱정하던 야마토는 갑자기 자신 쪽으로 고개를 획 돌리는 타이치를 보고 흠칫거렸다.

 

, 합격.”

?”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싶어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타이치는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은 채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행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야마토는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잠자코 타이치가 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길게 이어지던 신호음이 가시고 곧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린 듯 타이치가 반갑게 통화상대의 이름을 불렀다.

 

히카리!”

 

이제는 낯익은 이름에 야마토는 오히려 더욱 의문을 품어야했다. 갑자기 제 동생에게 전화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대충 저번에 준비를 마쳐두었던 것을 가져와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 같았다. 전화기 너머로 살짝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놀란 사람마냥 톤이 높았다. 야마토는 그녀가 자신에게 합격 엿이라도 가져다주는 걸까 하는 웃긴 생각이나 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혹시 같이 의논해달라고 한 것이 타이치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웠던 게 아닐까 싶어 야마토는 소심하게 손가락만 꼼지락대고 있었다. 그런 야마토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타이치는 해사하게 웃으며 통화를 끝냈다.

 

가깝다니 잘 됐네, 그럼 부탁할게.”

 

뭘 부탁하느냐고 질문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야마토는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진 손은 악보의 가장자리만 매만지고 있었다. 타이치는 갑작스럽게 통화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며 반은 식어버린 라떼를 다시 타주겠다며 일어섰다. 하지만 야마토는 그런 타이치의 손목을 또 한 번 잡아챘다. 괜찮다고 말하며 조금 어색하게 미소를 띠었다.

 

식어도 맛있어요.”

내가 탔으니 당연한 거지만요.”

지금 재수 없는 거 알죠?”

 

타이치는 자신이 농담처럼 던진 말에 정색을 하며 받아치는 야마토를 보고 웃었다. 손을 놔달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는 모습도 재미있었다. 사실 모든 것이 흥미로운 사람이라 느끼고 있다면, 그렇게 솔직하게 말하면 그는 자신의 말을 믿을까. 타이치는 다시 야마토의 옆에 앉아 펼쳐놓은 악보를 지긋이 바라보다가 무어라 중얼거렸다. 들릴까말까. 아주 작은 목소리라 제 곁에 앉은 금발의 미남은 듣지 못 했을 것이다. 뭔가 말했어요? 라고 질문을 하는 이의 새파란 눈동자가 참 예뻤다. 타이치는 느리게 고개를 젓다가 다시 턱을 괴었다.

 

제 자식 예뻐해 주는 사람은 사랑스러워 보이기 마련이죠.”

 

야마토는 미간을 좁혔다.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타이치는 물론 그렇겠지 하고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이 굉장히 설렌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말 까지 하면 조금이라도 눈치를 채버릴까 하고서, 타이치는 열려던 입술을 굳게 닫았다. 즐거운 사람처럼 웃기만 하는 그와 대조적으로 야마토는 점점 표정을 구겼다. 그리고는 타이치를 따라서 턱을 괴었다. 말없이 눈만 마주치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은 남들이 보기엔 퍽이나 웃긴 장면이었을 것이었다. 그 증거로 가게 문을 여는 종소리와 함께 들어온 히카리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으니 말이다. 타이치의 연락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온 것을 보니 바로 근처에 있었던 모양이었다.

 

안녕하세요. 눈싸움은 재밌어요?”

안녕하세요. 그다지 재미는 없네요.”

 

야마토는 히카리의 인사에 답해주며 손을 흔들었다. 똑같이 손을 흔들어주는 히카리의 품 안에 파일 하나가 들려있었다. 그 것을 소중하다는 듯이 품고 온 그녀는 곧 파일을 타이치의 앞에 똑바로 놓았다. 야마토는 조금 전 타이치가 부탁한 것이 이거구나 하고 생각하며 저도 모르게 파일을 응시했다. 얼마나 대단한 물건이 길래 같이 연주회에 칠 곡을 고르다 그 흐름을 깨뜨려 버린 것인가 하고 화가 난 것도 조금 있었지만, 지금 당장은 호기심이 더 컸다. 그런 야마토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타이치는 파일을 그에게 건넸다. 제 눈앞으로 불쑥 내밀어진 파일에 야마토는 놀란 사람처럼 두 눈을 크게 떴다. 그 모습에 타이치가 또 웃는다.

 

아까 말 한 연주회 때 칠 곡이요. 나는 이걸로 했으면 좋겠어요.”

뭔데요, 이게……?”

그 쪽이 사모하는 작곡가 선생님의 신곡인 것 같네요.”

?”

 

타이치의 말을 들고 나서 야마토는 무언가에 머리를 맞은 것 마냥 멍했다. 바위마냥 굳어버린 채 타이치를 쳐다보던 야마토는 곧 정신을 차리고 조심스럽게 파일을 받아들었다. 손끝이 차가웠다. 긴장한 것일지도 몰랐다. 자신이 아는 한 이 작곡가는 최근 신곡을 낸 적이 없으며 낸다 해도 익명으로, 그것도 다른 피아니스트를 통해서 발표하는 괴짜였다. 그런 사람의 신곡이 지금 자신의 손 안에 들려있었다. 대체 히카리는 그 작곡가와 어떻게 연이 맞닿아 있는 걸까. 전에 추궁을 못 했던 것을 후회하며 오늘이라도 꼭 캐내겠다고 다짐한 야마토는 천천히 파일을 펼쳐들었다. 그리곤 곧 말을 잃었다. 분명 처음 보는 악보였다. 야마토는 지금 바로 피아노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평정심을 유지했다. 물론 노력뿐이었지만. 그는 자신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야가미 남매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거……. 이거 어떻게!”

내 선물이에요.”

 

타이치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놀랄 만치 시원스러웠다. 히카리는 뒤에서 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예쁘게 웃고 있었다. 야마토는 저 혼자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았다. 혼잡해진 머릿속을 정리하려 애를 썼다.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는 작곡가의 신곡, 그 작곡가와 친분이 있는 여자, 그 여자의 오빠, 하얀 피아노와 함께 하는 카페의 사장. 그리고 그 사장이 자신이 주는 선물이라 한 말. 조합이 되는 듯 아닌 듯 야마토를 괴롭혔다. 머리에서 김이 올라올 것 같았다. 머리를 감싸 쥐고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던 야마토는 옆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잠깐, 미안해요. 웃지 좀 말아 봐요. 내가 지금 머리가 잘 안 돌아가서 그래요.”

아니 머리 굴릴 게 뭐가 있어요. 선물이라고요. 댁이 엄청 좋아하는 그 작곡가가 직접 주는 선물.”

…….”

꽤 고심해서 쓴 곡인데, 잘 쳐줄 거죠?”

 

야마토는 이제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미리 약속했던 피아니스트에게는 사과의 말을 전했다고 했다. 대신 다음 악보는 꼭 넘겨준다 약속을 했다고 말하는 타이치의 표정이 평소보다 가벼웠다. 야마토에게 연습은 잘 돼가고 있느냐 묻는 목소리도 평소보다 살짝 높았다. 그도 떨리는 게 아닐까. 아니, 분명 떨고 있다고 생각했다. 무슨 생각으로 이 곡을 자신에게 주었을지 야마토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 작곡가에게는 악보 한 장, 한 장이 다 제 자식이다. 그것을 타이치는 야마토에게 선물이라 말하며 직접 전해주었다. 그 모든 사실이 한꺼번에 바람처럼 불어왔을 때 야마토에게 있어 가장 거세게 몰아쳤던 것은 곡의 주인이 제 옆에 앉아있는 젊은 사장이라는 사실이었다. 미소가 따사로웠고 만들어주는 커피는 늘 향기로웠고, 피아노 위에서 뛰노는 손가락이 예쁘던 그 남자가 자신의 마음을 가로채 갔던 작곡가였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을 알았을 때 야마토는 기뻤던가, 너무 당황스러웠던가, 아니 솔직히 그 직후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고 하는 것이 정답이었을 것이었다. 생각을 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걸 치는 게 보고 싶어요. 내가 보고 싶어.”

……왜요?”

작은 카페에서 커피 향에 에워싸인 채로 하얀 피아노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를 떠올리면서 썼거든요.”

…….”

, 오글거려 미치겠다. 그죠? 근데 이게 사실이라서 더 미치겠어.”

 

진짜 고백하면 안 돼요? 라고 야마토가 저도 모르게 말했던가. 손가락을 구부렸다 폈다하며 부들부들 떨고 있던 타이치는 야마토의 말을 듣고 그 어느 때보다도 해맑게 웃었다. 뒤에 있던 히카리 역시 재밌다는 듯 따라서 웃고 있었고, 식어버린 라떼는 그대로였다. 야마토는 마른세수를 하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리곤 으으- 하고 앓는 소리를 내더니 이내 억울함을 토로했다.

 

대체 왜 숨겼어요?”

숨기진 않았어요. 굳이 드러내지 않은 거지.”

왜 그랬는데? 내가 그간 댁 앞에서 그 작곡가 찬양을 얼마나 했는데! 아니 결론적으로는 당신 찬양을 한 거지! 세상에 그게 재밌었어요?”

맞아요, 재밌었어요. 그래서 더 가만있었어요. 그리고 비밀이 내 컨셉인 거 알잖아요.”

진짜 악질이다.”

 

타이치가 소리 내어 웃었다. 그래, 저 웃음이. 저 빌어먹을 웃음이 자신을 다 홀려먹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야마토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음을 느꼈다. 볼에서부터 달아오르는 열기가 장난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곡을 직접 쓴 사람 앞에서 제 멋대로 곡을 해석하고 감상문같이 제 감정을 장황하게 늘어놓기도 했고 심지어는 이 부분은 이러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기도 하다는 건방진 소리도 지껄였던 것 같은데. 그렇게 제 과거를 돌이켜 보던 야마토는 얼마동안 고개를 들지 못 했다. 타이치는 그런 야마토의 어깨를 흔들었다. 자신을 훔쳐보듯이 응시하는 파란 눈동자에는 온갖 감정들이 뒤섞여 있었다. 타이치는 다 드러낸 마당에 전부 솔직해지기로 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제 자식을 예뻐하는 사람이 사랑스러워 보이는 건 당연해요.”

…….”

고마워요. 좋아해줘서.”

…….”

, 그리고 들킨 김에 이제 말도 좀 놓지 않을래? 우리 동갑이잖아.”

지금 놨으면서.”

 

소리. 소리가 났다.

피아노와 잘 어울리던 그의 목소리.

 

그럼 들킨 김에 나 정말 고백하면 안 되나?”

전에 말했잖아, 내 스타일 아니라니까.”

 

야마토는 생각했다.

이제는 확신할 수 있다.

가게를 가득 채운 웃음소리마저도 그렇게 말했다.

 

너와 나는 필연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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