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타이]아로마테라피
불면증이라고 했다. 야마토는 죽을 것만 같은 피로감에 휩싸여 눈을 마사지한 뒤 몸을 뉘였지만 그 빌어먹을 불면증이란 것 때문에 잠에 들지는 못 했다. 덕분에 다크써클이 광대까지 내려오는 사태가 발생했다. 피부는 푸석해지고 신경까지 예민해진 상태로 보름 정도를 넘기니 이제는 주변에서 더 안달이었다. 야마토는 조금만 쉬는 게 어떻겠냐며 미간을 찡그리던 지인들을 떠올리곤 푸스스하고 웃었다.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데 얼마 전에 앓았던 위염도 신경성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자신이 정말 적잖게 일에 치여 사는구나 싶었다. 이불 속을 마구 뒤척이며 제발 동이 트기 전까지는 잠들어 보자하고 노력 중이었지만 헛수고였다. 앓는 소리를 내보기도 하고 자세를 수 없이 바꿔보기도 했지만 뒤통수만 더욱 뻐근해지고 몸 여기저기가 베기는 느낌마저 들었다. 야마토는 이리 저리 자세를 바꿔보며 노력 해봤지만 결국은 기권을 외치며 짜증스럽게 몸을 일으켜야했다. 애꿎은 머리만 벅벅 긁어대던 그는 이윽고 냉장고로 향했다. 피곤했다. 미치도록 피곤하고 미치도록 눈앞이 맑았다. 이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마시는 차가운 보리차는 답답한 속을 식혀주기에 턱 없이 부족했다. 달밤에 체조라도 해볼까, 그럼 더 피곤해져서 지쳐서라도 잠에 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말도 안 되는 상상도 해봤지만 곧 도리질을 하며 물통을 다시 냉장고에 넣었다. 야마토는 멍하니 서 있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질리도록 긴 밤이었다.
괜찮냐? 하고서 꽤 걱정스런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연인은 마시던 커피를 내려놓았다. 그게 또 마음에 걸려서 괜찮다며 손을 흔들던 야마토는 자신의 눈가를 쓰다듬는 타이치의 손길에 하던 행동을 멈추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닿아온 그의 손끝이 따뜻했다. 뻑뻑하던 눈에 조금이나마 수분이 차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간만에 누리는 편안함에 야마토가 싱긋 웃자 타이치는 입을 삐죽이며 야마토의 볼을 한 손으로 마구 꼬집어댔다.
"작작 하고 좀 쳐 자지, 뇌가 자는 법을 까먹은 게 틀림없다. 이 새끼야, 피부가 이게 뭐야. 눈가는 또 뭐고."
"아아, 아파! 불면증도 병이거든? 난 병자라고!"
"자랑이라고 하고 앉았네."
화를 내면서도 결국 하는 말은 자신을 걱정하는 말이라는 것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야마토는 얼얼한 볼을 감싸며 앞에 놓인 라벤더 차를 한 번 홀짝였다. 평소에는 커피를 더 즐기는 편이었지만 안 그래도 잠을 못 자는 마당에 카페인까지 섭취하면 정말 죽을 것만 같아서 당분간은 즐길 음료를 차로 바꾸었다. 대부분 타이치가 사들고 온 티백들이었는데 그 중 하나가 지금 마시고 있는 라벤더였다. 향은 확실히 좋았다. 차가 조금이라도 수면에 도움이 되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해지만 정신은 여전히 맑았다. 몸은 천근만근인데 눈앞이 또릿하니 죽을 맛이었다. 야마토는 저도 모르게 마른세수를 해댔다.
"하지 마."
"피곤해."
"비비지 마. 내세울 건 잘생긴 것 밖에 없는 새끼가. 그러다 얼굴 상해."
"야, 나 내세울 거 또 있거든. 노래도 잘 하고 기타도 잘 하거든."
"잠도 잘 자보지 그래."
"아씨, 진짜."
타이치는 억울하다는 듯이 짜증을 내는 야마토를 보며 피식하고 웃었다. 말은 이렇게 했어도 사실 굉장히 걱정 중이었다. 그는 정말로 많이 피곤해 보였다. 몸은 고단한데 잠을 잘 수 없다니 얼마나 힘들까. 차를 조금 더 사다줄까. 더 심해지면 수면제를 처방 받아야 하지 않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타이치의 머릿속으로 스치듯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아."
"뭐야?"
"야마토, 아로마 사러 가자."
"아로마?"
"어, 그거 수면에 좋다는 것 같은데. 아로마 테라피인지 뭔지 하는 거 있잖아."
뭔가 신나는 표정으로 말하는 타이치의 동그란 눈을 빤히 쳐다보던 야마토는 혼이 나간 사람처럼 고개만 끄덕였다. 타이치는 지금 당장 사러 가자며 겉옷을 챙겨들었다. 그런 그의 손에 잡혀 얼결에 끌려 나와 어느 새 버스정류장 앞에 서 있는 자신을 깨달은 야마토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알게 모르게 이것저것 챙겨주고 있는 주제에 자신에게 더 뭔가를 해주려 안달이 나있는 타이치가 고맙기도 했고 연인으로써 미안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뭐라 하면서 이 고마운 마음을 전해야하나 고민하며 멋쩍게 앞머리만 매만지던 야마토가 손끝으로 타이치의 옷자락을 잡으니 그가 야마토를 올려보았다. 마주친 연인의 눈이 예뻤다. 평소 타이치는 야마토의 파란 눈이 예쁘다며 좋아하곤 했는데 야마토는 타이치의 눈이 자신보다 훨씬 예쁘다고 생각했다. 포근한 갈색 눈동자. 보고 있으면 왠지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눈동자는 지금 이 순간도 깊고 진했다. 오지 않던 잠도 불러줄 것만 같이 예쁘게 빛났다.
아로마를 판다는 가게로 들어서자 부드러운 향기가 콧속으로 훅 밀치고 들어왔다. 안 그래도 몽롱한 상태에서 갑자기 여러 가지가 혼합 된 향을 맡으니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만 같았다. 야마토는 눈을 꾹꾹 누르며 얼굴을 찡그렸다. 그런 상태를 본 타이치는 다급하게 점원을 찾았다.
"저기, 혹시 수면에 좋은 게 있을까요? 저 친구가 요즘 잠을 잘 못 자서요."
"예, 손님 이쪽을 보시면."
점원이 추천할 만한 제품을 두 세 개 정도 보여주며 설명해주자 경청하고 있던 타이치는 그 중 하나를 골라 집었다. 나오기 직전까지 야마토가 열심히 마시고 있던 차와 같은 라벤더 향이 나는 아로마 오일이었다. 사용법을 듣고 나서 계산까지 일사천리로 끝낸 뒤 많이 지쳐 보이는 야마토의 팔을 붙잡았다. 가게 밖으로 나오고 나서 타이치는 아로마를 담은 종이백을 야마토의 품에 안겨주듯 넘겼다. 그것을 힘없이 받아든 야마토는 고맙다면서 웃어보였지만 타이치는 영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것도 소용없으면 그냥 약 먹어."
"음, 그래."
"대충 대답하지 말고."
"알았다니까."
"야마토, 나 오늘 너랑 같이 잘까?"
하품이 나오려다 타이치의 마지막 말에 도로 쏙 들어가 버렸다. 먼저 이런 말을 꺼냈던 적이 별로 없는 제 연인이 아무래도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묻자 야마토는 비집고 나오려는 웃음을 숨겨야했다.
"타이치. 너 나 진짜 사랑하는 구나."
"뭐? 무슨 뜬금없는 개소리야."
"그래, 오늘은 자고 가. 자장가라도 불러줘. 그럼 잘 수 있을지도 몰라."
"얼씨구?"
갑자기 자신에게 어깨동무를 걸치고 기분이 한 층 업 된 야마토를 본 타이치는 기가 찼다. 한시라도 빨리 잠을 재워야겠다고 생각하며 타이치는 제 어깨에 걸친 야마토의 팔을 뿌리쳤다. 야마토는 그래도 마냥 좋은지 이리저리 피하는 타이치에게 끈질기도록 달라붙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타이치는 욕조에 따뜻한 물을 채웠다. 점원이 말해준대로 물이 가득 찬 욕조에 오일을 서너 방울 떨어뜨렸다. 은은한 향이 서서히 퍼졌다. 손으로 대충 물을 휘저어 섞고 야마토를 부르니 그가 고개만 빼꼼 내비췄다.
"뭐하냐. 다 됐어. 이제 목욕 해."
타이치는 젖은 손을 탈탈 털어내고 욕실 밖으로 나가려는 찰나에 야마토에게 팔을 잡혔다. 뭔가 하고 쳐다보니 야마토가 해실거리며 웃었다. 아, 뭔가 불안한데 하며 재차 뭐냐고 묻자 야마토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예상하던 그 말이었다.
"같이 하자."
"싫어, 미친놈아. 욕실 터져."
짜증이 가득 베인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야마토는 타이치를 쭉 잡아끌었다.
"너 괜히 버티다가 또 저번처럼 옷 다 버린다."
"네가 이러지만 않으면 그럴 일 없거든? 잡아당기지 마!"
"오, 와. 향 좋다."
"야, 당기지 말라고!"
"좋으니 같이 해야지."
잠을 못 자는 건 너뿐이잖아. 하고 소리를 질렀지만 소용없었다. 야마토는 이상한 곳에서 완강한 인간이었다. 타이치는 그간 잠도 못 자서 힘도 없어 보이던 사람이 어디서 이런 괴력을 내는 건지 알 길이 없었다. 기어코 욕실까지 끌려 들어가 온갖 실랑이를 벌이던 타이치는 제풀에 지쳐 백기를 들었다.
"바지에서 손 떼라. 차버리기 전에."
"벗어야 목욕을 하지."
"내가, 이 개자식아. 내가 벗는다고."
"내가 해주는 건 싫어?"
"욕실 말고 침대에서 해주는 게 더 좋아."
"윽."
가끔씩 보면 타이치는 부끄러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곤 했다. 그 때마다 놀라는 자신도 우스웠지만 야마토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우위를 차지하고 있던 기분을 내려놓아야 했다. 투덜대면서도 천천히 옷을 벗어나가는 타이치의 뒷모습이 욕실 습기 덕에 뿌옇게 보였다. 그게 이상하게도 색정적이어서 야마토는 손으로 입을 가려야했다. 이상한 웃음소리라도 낼까 싶어서였다. 스스로 생각해도 참 변태 같았다. 괜히 큼큼거리며 목을 가다듬자 타이치가 야마토의 셔츠를 움켜잡았다.
"정작 목욕을 꼭 해야 할 사람은 왜 이렇게 멍 때리고 가만있을까."
"벗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결국 다 큰 남자 둘이 좁은 욕실을 가득 채웠다. 그들을 감싼 수증기 사이로는 아로마향이 가득 베어들어 있었다. 라벤더를 한 아름 머금은 것만 같은 수증기를 들이마시며 따뜻한 물에 몸까지 담그니 온 근육이 다 풀리는 것만 같았다. 정말 효과가 있나 하며 야마토는 고개를 이리 저리 기울였다. 그러자 목에서 뼈 소리가 났다. 목뿐만 아니라 어깨, 허리까지 뻐근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일을 좀 쉬어라 하는 주위 사람들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어딘가의 속에서 울리는 것만 같았다. 야마토는 머리를 털며 노곤해진 몸을 욕조에 기댔다.
"몸은 좀 풀리는 것 같기도 하고."
"잠을 잘 자야지. 그게 주목적인데."
"으, 나도 제발 좀 그랬으면 좋겠다."
야마토는 숨을 길게 뱉어내며 젖은 손으로 얼굴을 문댔다. 그러자 여지없이 타이치가 그의 손을 막았다. 세게 문지르지 말라고 타박하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던 야마토는 또 싱긋 웃었다. 마구 잔소리를 뱉어내고 있는 입술이라도 뽀뽀를 하면 라벤더 맛이 나겠지. 향에 취한 듯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그는 그런 생각을 했다.
야마토는 옷을 갈아입자마자 침대로 직행했다. 쓰러지듯 누워 폭신한 이불의 감촉을 온 몸으로 느꼈다. 아직 마르지 않은 머리 때문에 베개가 젖어들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이대로 침대에 흡수되어 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손끝까지 무거웠다. 오늘은 정말 잠들 수 있으려나. 눈을 감은 채 이불 속에서 헤엄치듯 몸부림을 치고 있을 때, 머리를 다 말리고 들어 온 타이치가 야마토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매트가 푹 꺼지는 느낌이 드는 것과 동시에 야마토는 타이치의 허리를 끌어당겨 안았다. 타이치가 그런 야마토의 머리를 헝클었다. 아직 축축한 금발이 물기에 축 가라앉아 피부에 달라붙어 있었다.
"다 말리지. 감기 들면 어쩌냐."
"안 걸려. 엄청 건강하니까 걱정 마."
"몰골을 보면 환자인데."
"자면 나을 거야."
끌어안은 허리를 조금 더 세게 당겨 안았다. 타이치는 별 말 하지 않고 야마토의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었다. 타이치의 손길이 불러오는 안락함은 그간 가볍기만 했던 눈꺼풀을 가라앉게 만들어주었다. 아, 진짜로. 오늘은 잠들 수 있겠구나 하고서 야마토는 타이치의 옷에 코를 박았다. 자신이 빌려 준 제 옷이었지만 타이치의 냄새가 났다. 조금 전까지 계속 맡았던 라벤더 향기도 반은 섞여 있었다. 야마토의 호흡이 옷에 닿아 꽤나 가까이 느껴지자 타이치는 그의 손을 풀어냈다. 그제야 야마토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불만 어린 표정을 하고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야마토를 보며 타이치는 못 말린다는 듯이 웃었다.
"나도 누워야 할 거 아냐."
이불을 들춰 안으로 몸을 쏙 집어넣자 야마토의 온기로 가득 한 이불 안이 굉장히 포근했다. 네가 잠이 드는 걸 확인하고 자야할 텐데. 내가 먼저 잠들어 버리면 어쩌지. 타이치는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야마토 쪽으로 몸을 돌리곤 팔을 들었다.
"자, 이제 안아."
"음."
야마토는 망설임 없이 타이치를 끌어안았다. 둘 다 목욕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아 피부에 약간의 물기를 머금고 있었고, 따뜻했고, 향이 짙게 베어있었다. 그 향이. 라벤더 향이 이불 속 까지 가득 퍼졌을 때. 야마토는 타이치의 목덜미에 코를 박았다. 간지럽다고 불평하는 소리에도 그는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런 건가. 아로마 테라피라는 거."
"뭐?"
"되게 좋네."
무슨 말이냐고 재차 묻기도 전에 타이치는 닿아오는 연인의 입술에 말을 도로 삼켜야했다. 키스를 할 때면 눈앞으로 보이는 노란 머리카락이 참 좋았다. 오늘은 특히 더 그랬다. 잔뜩 향이 스며있는 머리카락은 여전히 물기를 베어 문 채 야마토의 피부에 붙어있었다. 그것을 또 뒤로 쓸어 넘겨주며 키스에 응했다. 야마토는 눈을 감고 있었다. 파란 눈동자가 보고 싶었지만 참기로 했다. 잠을 자야하니까. 이렇게 키스를 하다가 꿈나라로 가버리는 건 조금 우스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야마토 눈 뜨지 마."
타이치가 입술을 살짝 떼어내고 말했다. 야마토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곤 타이치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더듬었다. 타이치는 그런 그의 손을 잡아 제 입술에 대 주었다. 호를 그리고 있던 타이치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읽었는지 야마토가 대뜸 볼멘소리를 뱉었다.
"왜 웃고 있어?"
"웃으면 안 돼?"
"눈 감고 있으라더니 치사하게 웃고 있어. 보고 싶어지게."
"뭐래."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로 이번엔 타이치가 먼저 야마토에게 입맞춤을 했다. 선홍빛 열기를 담은 입술이 맞닿고 떨어지는 것을 반복할 때마다 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예쁘다고 생각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이 동시에 그런 생각을 했다.
"키스에서도 라벤더 향이 나."
"그러게."
키득 거리며 조금 더 키스를 나누다가 이제 자자하고서 타이치가 먼저 입술을 떼었다. 긴 입맞춤을 나누고도 조금 아쉬움이 남는지 야마토가 타이치를 세게 당겨 안았다. 그런 연인이 귀여웠는지 타이치는 두말없이 마주 안아주었다.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리고 타이치도 눈을 감았다. 편안하게 내리 앉은 호흡소리와 심박 소리가 두 사람 사이를 가득 메웠다. 그 소리를 자장가마냥 들으며 눈을 감고 있던 야마토는 타이치 몰래 한 쪽 눈만 살짝 떴다. 바로 앞에 제 연인의 얼굴이 있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조금 전 까지 숨결을 교환하던 입술은 살짝 벌어져 있었다. 그래, 확실히. 오늘은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과 맞닿아 있는 타이치의 몸 덕분에 평소보다 더 따뜻했고, 자신에게 끌어 안겨 있는 그의 몸에서 나는 향기가 이미 자신을 취해 들도록 만들고 있는 덕분이었다. 햇살로 담요를 만든다면 이런 기분이 아닐까. 야마토는 정말로 잠에 들기 위해 눈을 감았다.
달콤한 꿈까지도 꿀 수 있을 것 같았다.
"일어났어?"
눈을 뜨자 처음으로 보인 것이 갈색 눈동자인 것은 굉장히 행복한 일이었다. 그리고 깨자마자 들린 목소리가 그의 목소리라는 것도. 야마토는 아직도 졸리운 눈을 깜빡이며 누운 채로 기지개를 폈다. 아침에 깨어났을 때 느끼는 개운함이란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상체만 일으켜 어깨를 잡고 고개를 이리 저리 움직여보니 아픈 것도 어제보다 덜 한 것 같았다. 간만에 느끼는 상쾌함은 몸도 가뿐하게 만들었다. 여전히 옆에 누워있던 타이치도 야마토를 따라 기지개를 폈다. 으으, 하고 소리를 내며 몸을 쭉 당기고 있는데 야마토가 그런 타이치 위로 제 몸을 덮었다.
"악! 무거워, 미친놈아!"
"타이치, 나 오늘 뭔가 날아다닐 수 있을 거 같아."
"잘 잔 것 같아 보이네. 아윽, 무겁다고."
"아, 진짜 좋다. 진짜로."
진심으로 기분이 좋아 보이는 야마토의 반응에 타이치는 그만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아로마라는 게 생각보다 대단한 것을 깨달으며 진즉에 해줄 것을 하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아직도 온 몸에 아로마향이 남아있었다.
"오일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 또 피곤하거나 잠 못 자겠으면 그거 넣고 목욕 해."
"응, 그리고 너도 부를게."
"잉?"
나는 왜? 하고 묻자 야마토가 저녁에 했던 것처럼 또 타이치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한 번 크게 숨을 들이 쉬자 타이치의 살 냄새가 났다. 라벤더 향에도 가려지지 않는 그 만의 향이 머릿속까지 깊숙하게 들어오자 야마토는 기분 좋게 미소 지었다.
"그게 아로마 향만 가지고는 안 되는 것 같아서."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천장만 바라보던 타이치는 그의 품에서 달아나는 것은 포기한 듯 야마토의 등을 쓰다듬었다. 정말로 간만에 상쾌했다.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